가까스로, 필연적으로

그러나 문학 그리고 영화는 그 바깥의 자리에서 ‘쓰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제 ‘침몰’이나 ‘익사’와 같은 말들을, 세월호를 떠올리지 않고서는 쓸 수 없겠지만, 한편 세월호 이후 그 어떤 서사도 그것과 무관하게 읽힐 수는 없다. 어떤 점에서 2014년 4월 16일 이후로 모든 서사는 기록이 되었다. 모든 서사는 메타포가 되었다. 모든 서사는 기대가 되었고, 모든 서사는 증언이 되었다. 그것은 한편 증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쓰는 것, 써야 하는 것. 그것은 말하자면 보고 들었던 그 ‘사건적 경험’에 대한 사후적 윤리 감각이다. / 강유정

“말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삶의 대부분이 어그러질 때, 단어들도 추락한다.” 이 문장은 내 아주 오래된 회의이다. 4월 16일에 대해 생각하면 이 회의가 다시 쫓아오는 것 같다.